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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다인은 최고의 음정툴이 아닙니다

멜로다인은 솔직히 튜닝 전문 엔지니어나 보정 전문가를 위한 툴이라기보다, 보컬 편집을 좀 더 쉽게 다뤄보고 싶은 일반 뮤지션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인터페이스가 워낙 직관적이고, 마우스로 음 하나하나를 옮기다 보면 마치 악보를 다루는 듯한 기분이 들어 접근성이 좋다. 바로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멜로다인만 있으면 나도 튠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툴이 쉽다고 기술까지 쉬운 건 아니다. 보정의 본질은 눈으로 보이는 피치 라인을 맞추는 게 아니라, 귀로 듣고 뉘앙스를 조정하는 데 있다. 멜로다인은 이 과정의 ‘비주얼화’를 도와줄 뿐인데, 많은 사용자들이 그게 전부라고 착각한다. 최근엔 멜로다인 몇 번 써봤다고 “자기도 튠 잘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들의 음정 수정 결과물을 들어보면, 멜로다인의 flatten 기능을 떡칠해놓은 부자연스러운 결과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최근엔 일부 대학 교수들이 이런 인식을 더 강화시키고 있다. 보컬 학생들에게 “본인이 부른 노래의 감정과 뉘앙스는 자신이 제일 잘 아니까 직접 멜로다인으로 튠하라”는 식의 말을 하며, 멜로다인을 권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사실 그 추천의 이유는 멜로다인이 최고의 음정 수정 툴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다루기 쉬운 툴이기 때문이다. 멜로다인으로는 프로 엔지니어가 다루는 수준의 정밀한 음정 보정은 불가능하다. 도구 자체의 설계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그런 조언은 학생들에게 ‘툴의 편의성’을 기술적 완성도로 착각하게 만드는 가스라이팅에 불과하다.

오토튠 그래프 모드로 손 튠을 하던 시절엔, 보컬 한마디를 살리기 위해 숨소리의 흐름까지 세밀하게 조정해야 했다. 실제 손으로 곡선을 그려넣으며 ‘음정 감각’을 체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반면 멜로다인은 마우스로 끌어서 올리고 내리는 정도로 끝나기 때문에, 세밀한 컨트롤의 감을 익히기 어렵다. 물론 편의성 면에서는 최고지만, 정확성과 표현력 면에서는 툴에 휘둘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멜로다인을 쓴다고 해서 튠을 잘 아는 건 아니다. 멜로다인으로도 좋은 결과물을 내는 사람들은 결국 멜로다인의 한계를 ‘안 상태에서’ 귀로 판단하는 사람들이다. 도구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다. 아무리 멜로다인이 직관적이어도, 귀와 손이 없는 작업은 결국 금방 티가 난다.

멜로다인은 훌륭한 소프트웨어다. 하지만 “멜로다인을 다룰 줄 안다”는 이유로 프로페셔널한 튠 감각까지 있다고 착각하는 순간, 그건 발전이 아니라 퇴보다. ‘프로’라는 건 도구가 아닌 결과의 질과 귀의 감각으로 증명되는 영역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