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그래프는 어떤 스피커의 주파수 별 위상에 대한 그래프 입니다.42) 아마도 크로스오버가 1kHz 에서 교차되는 2-way 스피커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저역대의 경우는 베이스 리플렉스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크로스오버에서 사용되는 필터가 위상 변이를 일으키고, 베이스 리플렉스를 통해 재생되는 저음은 트랜지언트가 느리기 때문에 위상이 이렇게 측정이 됩니다.
하지만 이 그래프의 세로축을 위상각→ 시간 딜레이 값으로 변환하여 그래프를 다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러한 그래프를 그룹 딜레이 그래프라고 합니다. 각 주파수의 파장의 길이가 고음으로 갈수록 짧아지기 때문에 위상 그래프와 그룹 딜레이 그래프는 이와 같은 표현 방식의 차이를 보여주게 됩니다. 그룹 딜레이 그래프로 보니까 아마도 베이스 리플렉스의 헬름홀츠 공명 주파수가 60Hz 쯤에 있나 봅니다. 포트를 통해 나오는 저음이다 보니까 이렇게 시간이 지연되서 소리가 나오게 됩니다.
그룹 딜레이는 1차적으로 해당 주파수의 트랜지언트 표현에 대한 정보를 보여줍니다. 즉 트랜지언트 반응이 빠르게 안나오는 주파수는 딜레이 되어 나오게 됩니다.
또한 중간 중간 볼록 튀어나오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초기 반사음이 커서 테스트 톤에 이 초기 반사음까지 같이 보여진 결과 입니다. 초기 반사음은 한번 반사되어 돌아온 소리이기 때문에 느리게 기록됩니다. 즉 어느 주파수에 초기 반사음이 크게 존재하는 지도 볼 수 있습니다.
저음역대의 느낌은 그룹 딜레이 그래프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크로스오버 구간에서는 그룹 딜레이 값으로 보면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측정 데이터도 위상 그래프로 보면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위상 그래프를 좀더 신중하게 봐야합니다. 당연히 소리의 디테일은 주파수 별 위상 차이에 의해 그 명료도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입니다.
Hi-Fi 컨슈머 시장에서는 패시브 크로스오버를 그룹 딜레이로 보면 별 차이가 없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Hi-Fi 스피커가 위상 변이가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 패시브 크로스오버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매우 잘못된 정보라고 보여집니다.
모니터 스피커는 명료도와 디테일에 관련이 매우 깊은 1kHz ~ 4kHz 사이의 주파수가 매우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2-way 스피커 들의 경우 크로스오버가 이 지점 근처에 있기 때문에 트위터와 우퍼가 크로스오버 구간에서 재생 주파수가 겹쳐서 위상 왜곡 등으로 인해 우퍼와 트위터에서 재생되는 소리의 시간 차이가 생겨서 명료도와 디테일이 많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모니터 스피커로는 큰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Bi-amping 을 이용하여 크로스오버 필터의 차수를 높게 설계면서 더 작은 트위터를 사용하면서 트위터 쪽의 출력을 높히는 방법을 통해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높은 주파수로 끌어올린다던지, 아니면 최근에는 위상의 변이가 없는 FIR 디지털 필터를 이용한 크로스오버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디테일과 명료도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스튜디오의 모니터 스피커 표준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Yamaha의 NS10M의 패시브 크로스오버 주파수가 바로 3.8kHz 로 매우 높은 주파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또한 Genelec 의 8030 과 같은 스피커는 액티브 bi-amping 을 하면서 매우 구간을 좁힌 3kHz 지점의 크로스오버 설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위상 왜곡이 없는 디지털 필터인 FIR 필터를 사용하여, 정반대로 트위터와 우퍼간의 크로스오버를 낮추는 경향도 있습니다. 위상 왜곡이 없는 FIR 필터를 사용하면 1~4kHz를 피하기 위해 크로스오버를 높힐 필요성이 사라지게 됩니다. 우퍼와 트위터가 재생하는 소리가 겹치는 구간에서 시간 차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크로스오버를 낮추면서 우퍼의 중고역대에 존재하는 THD의 제거에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반면, Hi-Fi 스피커들의 경우에는 명료도와 디테일을 개선하기 위해서 이러한 방법보다는 3-way 설계를 통해 미드레인지가 해당 1kHz ~ 4kHz 주파수 대역을 담당하고 나머지 우퍼와 트위터가 해당 주파수를 벗어나는 방법 등을 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Hi-Fi 스피커들의 경우에는 사실 모니터링 스피커 만큼의 디테일과 명료도가 청감상에 필요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렇게 큰 신경을 쓰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Hi-Fi 업계에서는 더 더욱 그룹 딜레이 그래프를 주장하면서 이 정도면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이 아니냐? 하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디테일과 명료도는 분명히 해당 주파수 대역의 위상 변이에 영향을 받는 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