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환_컬럼:마이크_신호를_바로_디지털로_바꾸면_안되나요

마이크 신호를 바로 디지털로 변환하면 안되나요? 왜 마이크 프리앰프를 거쳐야하나요?

마이크에서 나오는 아주 작은 아날로그 신호를 굳이 프리앰프를 거쳐 키우지 않고, 처음부터 디지털로 정밀하게 변환하면 안 될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기술이 발전했으니 소수점 아래 밀리볼트 단위의 신호를 그대로 읽어내는 ADC를 만들면 프리앰프라는 중간 단계를 생략할 수 있을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컨버터를 만든다 해도 구조는 결국 똑같아진다. 마이크 신호를 직접 받는 ADC 칩이 있다면, 그건 칩 내부에 아날로그 프리앰프 회로를 내장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외장 프리를 쓰느냐 칩 내장 프리를 쓰느냐의 차이일 뿐, 아날로그 증폭 과정을 완전히 생략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반도체 제조사들은 애초에 마이크 레벨다이렉트로 완벽하게 처리하는 순수 ADC 칩을 따로 만들지 않을까? 여기에는 반도체 공정의 기술적 한계와 경제성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컨버터 칩 제조사들이 ADCDAC 칩을 설계할 때 가장 최우선으로 두는 목표는 칩 자체의 왜곡(THD)을 최소화하고, 노이즈를 극도로 낮추며, 전력 소모까지 최적화된 '가장 완벽한 스펙'을 달성하는 것이다. 반도체 미세 공정 안에서 칩이 이러한 최상의 성능을 내기 위해 요구되는 최적의 전기 규모와 전압 범위가 존재하는데, 운 좋게도 이 완벽한 효율의 전기 범위가 공교롭게도 컨슈머 레벨 부근이다. 게다가 이 대역은 스마트폰이나 블루투스 스피커 등 전 세계에서 가장 대량 생산되는 시장의 요구와도 일치하므로 제조사 입장에서는 굳이 이 범위를 벗어날 이유가 없다.

결국 프로용 장비를 만드는 제조사들도 반도체 회사들이 칩 자체의 최고 성능과 경제성을 타협해 만들어둔 이 컨슈머 기반의 칩을 사다가 장비를 만들 수밖에 없다. 여기서 구조적 모순이 발생한다. 방송국이나 스튜디오에서 쓰는 프로 장비라인 레벨컨슈머 레벨보다 전압과 다이나믹 레인지가 훨씬 높다.

이 때문에 컨슈머 레벨 부근에서 최고 성능을 내는 칩을 가지고 프로용 장비를 만들려면 칩 주변에 수많은 아날로그 회로를 추가해야 한다. 들어오는 높은 전압의 프로 신호를 칩이 받아들일 수 있게 안전하게 깎아서 넣어주고, 나갈 때는 다시 프로 레벨로 키워주는 버퍼 회로가 필요하다. 칩 주변에 고성능 Op-amp를 달거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칩을 여러 개 병렬로 묶고, 깨끗한 전원부를 독립적으로 설계하는 빌드업 과정이 추가되는 것이다. 알맹이가 되는 ADC 칩 자체의 가격보다 주변을 감싸는 아날로그 인프라 비용 때문에 프로용 컨버터가 비싸지는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약하자면, 지금의 오디오스펙은 칩 자체의 한계 성능을 뽑아내기 위한 전기 규모와 반도체 공정이 타협한 가장 효율적인 결과물이다. 물리적인 노이즈 한계와 경제적 논리가 지배하는 한, 마이크 신호를 규격에 맞게 키워주는 마이크 프리앰프는 여전히 필수적이며 프로 장비로 가기 위한 아날로그 빌드업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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