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 오토메이션에 대한 나의 생각
믹스 작업에서 오토메이션(Automation)은 한때 엔지니어의 숙련도를 가늠하는 척도처럼 여겨지던 기술이었다. 특히 아날로그 콘솔 시절에는 트랙과 채널의 물리적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에, 한 트랙 안에서 벌스, 브릿지, 코러스 등 각 구간마다 볼륨이나 이펙트 세팅을 바꿔주려면 오토메이션이 사실상 필수였다. 예를 들어, 보컬 한 트랙에 벌스는 살짝 낮게, 코러스는 더 크게, 브릿지는 또 다르게—이런 식으로 한 트랙에서 세밀하게 볼륨 곡선을 그려야만 했다. 그래서 오토메이션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정교하게 다루느냐가 곧 믹싱 실력의 일부로 여겨졌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완전히 달라졌다.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AW) 환경에서는 트랙 수의 제약이 사실상 사라졌고, 컴퓨터 성능도 상상 이상으로 올라갔다. 이제는 벌스, 브릿지, 코러스를 아예 각각 독립된 트랙에 배치하는 게 훨씬 간단하고 직관적이다. 각 구간을 별도의 트랙에 올려놓고, 각기 다른 볼륨, 이펙트, EQ, 컴프레서 세팅을 자유롭게 적용하면 된다. 오토메이션 커브를 그릴 필요 없이, 그냥 트랙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다이내믹과 캐릭터를 훨씬 쉽게 구현할 수 있다.
똑똑해진 시대의 믹싱 방식
- 트랙/채널 수의 한계가 없으니, 구간별로 트랙을 나누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다. - 볼륨, 이펙트, 톤 등 모든 파라미터를 구간별로 독립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 오토메이션에 집착하지 않아도, 더 빠르고 명확하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오토메이션 = 고수?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
오토메이션을 능숙하게 다루는 게 물론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오토메이션을 잘 한다'는 것이 믹싱의 고수임을 증명하는 시대는 아니다. 오히려, 옛 방식에만 매달려서 불필요하게 복잡한 작업을 고집하는 것이 아닐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무한 자원의 시대다. 똑똑해진 시대에는 똑똑한 방법이 있다. 오토메이션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가장 직관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이든 결과적으로 음악이 더 잘 들리고, 작업자가 더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목적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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