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보정 EQ와 위상
스피커를 실제 방에 설치하면, 벽·천장·바닥 반사와 모드 때문에 좌우 스피커의 인룸 주파수 응답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위치에서 측정하든, 대개 특정 주파수에서는 왼쪽이 더 튀고, 다른 주파수에서는 오른쪽이 더 튀는 식의 불균형이 보이며, 이것을 줄이기 위해 좌·우 각각에 다른 EQ 커브를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룸 보정의 출발점이다.
이때 사용하는 EQ가 대부분 “일반적인” 디지털/아날로그 이퀄라이저, 위상이 주파수 변경에 따라 달라지는 필터라면, 게인 커브가 달라지는 만큼 각 주파수대의 위상도 함께 회전한다. 한쪽 스피커에만 특정 대역 컷/부스트를 크게 걸면, 그 대역에서 좌우의 위상 응답이 서로 다르게 어긋난 상태가 되고, 보정 전에는 비슷한 위상으로 합쳐지던 구간도 보정 후에는 좌우가 서로 다른 시간축 위치에서 합쳐지게 된다.
팬텀 센터와 좌우 위상 불일치
스테레오 재생에서 정중앙 이미지인 팬텀 센터는 좌우 스피커가 거의 같은 타이밍·같은 레벨·비슷한 스펙트럼과 위상 특성을 유지할 때 가장 또렷하게 형성된다. 특정 주파수대에서 한쪽이 시간적으로 앞서거나, 위상 회전이 심하게 차이 나면, 그 주파수의 에너지는 뇌에서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치우쳐 인지될 수 있다.
좌·우에 서로 다른 미니멈 페이즈 EQ를 적용하면, 단순히 “레벨만 맞춘” 것이 아니라 각 대역의 위상까지 다르게 가공하는 셈이므로, 결과적으로 주파수대별로 미묘하게 다른 스테레오 이미지를 얻게 된다. 이 경우, 예를 들어 500 Hz 부근은 거의 중앙에 잘 모이는데, 2 kHz 부근은 약간 왼쪽으로, 6 kHz 부근은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쳐 들리는 식의 주파수 의존적인 팬텀 센터 흔들림이 발생할 수 있다.
리니어 페이즈 EQ를 쓰는 이유
리니어 페이즈 EQ는 이름 그대로, 전체 주파수 대역에서 위상 응답이 선형이 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필터로, 주파수별로 위상 회전 차이를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필터를 통과하는 모든 주파수 구성요소가 동일한 시간만큼 지연되므로, 필터 전후에 주파수에 따른 위상 관계가 변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위상 왜곡이 없다”고 표현한다.
룸 보정에서 리니어 페이즈 EQ를 사용하면, 좌우 스피커에 서로 다른 보정 커브를 적용하더라도, 그 차이는 거의 진폭(레벨) 차이로만 나타나고, 주파수별 위상 차이를 추가로 벌리지 않는다. 이미 룸과 스피커가 만들어낸 복잡한 위상 구조 위에, EQ가 새로운 위상 회전을 더 얹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며, 그만큼 팬텀 센터의 주파수별 “요동”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특히 전체 스테레오 버스나 스피커 전체에 걸리는 룸 보정 필터는, 특정 트랙 하나의 캐릭터를 만드는 용도와 달리, 가능한 한 투명하고 공간 이미지를 해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위상 왜곡이 적은 리니어 페이즈 필터가 선호되는 것은 타당한 선택이다.
다만 알아둘 현실적인 한계와 보완점
첫째, 실제 룸에서는 직접음과 다수의 반사음이 섞여 귀에 들어오기 때문에, 스피커·EQ가 아무리 리니어 페이즈라 해도, 공간 자체가 만드는 위상·지연 구조는 여전히 복잡하다. 따라서 리니어 페이즈 EQ가 “좌우 위상 문제를 완전히 제거해 준다”고 보기보다는, 추가적인 필터 기인 위상 왜곡을 최소화한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둘째, 리니어 페이즈 EQ는 FIR 구조상 지연(latency)과 pre‑ringing(트랜지언트 앞쪽의 링잉) 같은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 마스터링이나 재생 전용 룸 보정처럼 레이턴시가 허용되는 환경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라이브 모니터링이나 연주·녹음 중엔 사용이 제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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